(그래픽 디자인 : 김소라)
<모순의 굴 : 사랑의 찬가 𝗧𝗵𝗲 𝗯𝘂𝗿𝗿𝗼𝘄 𝗼𝗳 𝗰𝗼𝗻𝘁𝗿𝗮𝗱𝗶𝗰𝘁𝗶𝗼𝗻 : 𝗨𝗻 𝗰𝗵𝗮𝗻𝘁 𝗱'𝗮𝗺𝗼𝘂𝗿>
𝟮𝟬𝟮𝟭.𝟭𝟮.𝟭𝟬/𝟭𝟭 저녁 𝟳시
𝟮𝟬𝟮𝟭년 다원예술 활동지원 𝗥𝗘𝗕𝗢𝗢𝗧 지원사업
기획/연출 유지완
콘트라베이스 정수민
드럼 한인집
기타 김인
목소리 배한별
사운드디자인/엔지니어링 김근채
비주얼디렉팅 윤사비
글 강정아
영상 한유원
포스터 디자인 김소라
행정 김보경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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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의 굴이다.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쫓아오지 않는다. 굴의 천장과 바닥에 사각사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열망하던 잠에 빠지기 시작한 이후 닫힌 문을 여는 자는 없다. 손잡이를 꽉 쥔 채 문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한다. 온몸에 진동을 느끼면서 몸을 옆으로 뉜다. 여운이 무릎을 감싸고 주변은 침묵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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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굴이다.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구멍은 출구 없는 길을 만들고 소란스럽게 만든 소리의 정체를 찾아 헤맨다. 꿈속의 열망이었는지 생시의 희망이었는지 희미한 감각만이 기억하는 진실이 있다. 어느 날의 한 장면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며 몸과 마음을 파고든 깊은 구멍을 따라 들어간다. 잠에서 깨어나 다시 꿈으로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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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속에서 나는 꽤 오래 잤나 보다. 조금씩 풀려나는 잠에서 나는 깨어났는데, 잠이 아주 얕은 상태에 있었나 보다. 원래는 거의 들리지 않을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나를 깨웠으니 말이다.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소홀히 하고 그대로 방치해둔 나의 불안이 내가 없는 사이에 어딘가에 길을 내서, 그 길이 다른 길 하나와 만나 막혀있던 공기가 흘러나와서 생기는 소리였다. 먼저, 굴의 벽들에 귀를 기울이고 이 소리가 어디서 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고 그런 다음에 나는 이 소음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소리의 발생이 어떻게든 이 굴의 상태에 맞기만 한다면 나는 이상한 사각사각 소리를 사랑하면서 그것과 함께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유지완, <소리의 굴𝗧𝗵𝗲 𝗯𝘂𝗿𝗿𝗼𝘄 𝗼𝗳 𝘀𝗼𝘂𝗻𝗱>_ 프란츠 카프카,『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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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유지완이 선보인 <소리의 굴 𝗧𝗵𝗲 𝗯𝘂𝗿𝗿𝗼𝘄 𝗼𝗳 𝘀𝗼𝘂𝗻𝗱>의 연작으로 출발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성 단편 『굴』은 원인 모를 소리를 찾는 화자의 말들과 시작되며 “경로를 찾을 수 없고", “경로를 이탈하는" 방향의 목적을 가리킨다. 경고음은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화자의 발길을 가로막고 소음은 길을 미로로 만든다. 그곳은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위와 아래를 향하게 하며 고단한 몸을 열망으로 변화시킨다. <소리의 굴𝗧𝗵𝗲 𝗯𝘂𝗿𝗿𝗼𝘄 𝗼𝗳 𝘀𝗼𝘂𝗻𝗱>과<모순의 굴 : 사랑의 찬가 𝗧𝗵𝗲 𝗯𝘂𝗿𝗿𝗼𝘄 𝗼𝗳 𝗰𝗼𝗻𝘁𝗿𝗮𝗱𝗶𝗰𝘁𝗶𝗼𝗻 : 𝗨𝗻 𝗰𝗵𝗮𝗻𝘁 𝗱’𝗮𝗺𝗼𝘂𝗿>는 소음이 악기와 목소리와 함께 연주되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험으로 안내한다. 소음으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와 노래, 소음의 변주곡은 우리를 감각하고 생동하게 만들며 바로 그 자리에서 흐르는 시간, 현재를 태우고 안으로 바깥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도한다.